단편영화 는 여성 노숙인 정남이 남성 노동자들과 함께 물류센터 일을 시작하고, 유일한 여성 노동자이자 이주민인 띤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남성인 척하느라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정남은 혹여나 정체가 들킬까 봐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일만 할 뿐이다. 각종 놀림과 희롱, 그리고 목격한 행위들에 대한 입막음을 강요당하는 것은 그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과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체성을 부정해야만 노숙인의 처지를 벗어나 경제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물류센터라는 공간 역시 하나의 대표적인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현대 자본주의를 상징하고, 물건을 계속 나르고 운반해야 하며, 인간이 부품화되는 대표적인 장소다. 영화는 이를 소장과 띤뚜의 관계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낸다. 정남이 소장에게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 띤뚜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박스 귀퉁이를 뜯어 불량품을 만들자, 소장은 곧바로 관심을 돌려 다른 노동자를 핍박하며 띤뚜를 강간하려는 것도 멈춘다. 소장에게는 그의 욕망을 해소할 부품화된 인간인 띤뚜보다, 물류센터의 박스가 더 중요했던 셈이다. 영화는 정남과 띤뚜의 강간 피해 흉터 등이 닮아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가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구조적 문제임을 표현한다. 주거, 노동, 국적, 성별로 인한 차별은 모두 사회적 약자를 형성하는 구조적 요인들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에 대한 연결성을 드러낸다. 물류센터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면, 영화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미시적인 사건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거시적인 구조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제목인 처럼 후반부 정남과 띤뚜는 각자의 돌아갈 곳으